신현거 논설위원.

우리는 비로소 자기가 믿고 있는 사람이 배반하거나 불신행위를 하거나 하면 자신을 뒤돌아보고 반성해 봅니다. 그러면 어째서 배반을 당하고 믿었던 곳에 곰팡이가 피는가를 알게 되는데 아무리 후회한들 소 잃고 외양 깐 고치는 격이 많은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얼마만한 노력과 지식으로 많은 사람을 틀림없이 관찰하고, 또한 알 수가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왜냐하면 상대는 쉴 새 없이 변화해 가며, 오늘의 인간과 내일의 인간은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자기 앞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대를 앞에 놓고 알려고 하든지, 확실한 관찰안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는 사이에 생활의 현실은 눈부실 정도로 진행하여 혼란되기만 할 따름인 것입니다. 여기서 사람을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거나, 알고자 하거나, 하는 것은 우리들의 잘못인 것입니다.

우선 우리가 실패한 것을 돌이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며, 반드시 처음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믿었던 것이 아닌가도 기억해 보아야 하며, 어떻게 우리들의 관찰이 애매한 것인가를 말하기보다 오히려 그러한 인간이라고 하여 혼자 결정해버리고 말았다는데 그릇된 점이 있지 않는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실패했구나 하고 느꼈을 때 그 후의 경험이나 노력으로 다소 넓혀졌다고 하겠으나 역시 50보 100보의 과실을 저질러가는 것일 뿐입니다. 사람을 잘 보았다 하더라도 시간이 그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경우에는 자신(自身)이 잘못 본 것도 아니며, 상대가 변한 것인 만큼 어떻게 할 처리방법도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인간관계는 항상 상대적인 것이어서 상대가 변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변해가는 것이므로 이것 역시 어쩔 수 없는 간격을 서로 만들어 나간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나날이 성장하고 나날이 변화하여 가는 것이 자연이며 섭리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들이 사람을 알고자 하는 필요성은 상대를 아는 것만이 목적이라기보다 상호간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면 좋게, 어떻게 하면 능률적인 인생에 훌륭한 역할을 다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진실한 목적입니다.

따라서 사람을 아는 요결은 그때그때 그 환경에 있는 자기와의 관계에 있어서 상대가 가진 능력, 감정을 토대로 하여 금후 변화하여 가는 여러 가지 조건에 대해서도 그가 어떠한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인가를 될 수 있는 한 폭 넓게, 될 수 있는 한 깊이 상상하는 능력을 자기 속에 비치하는데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으로서 얻은 풍부한 지식은 상대를 폭 넓게 이해하고 속 깊이 관찰하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기와의 대조에 따라서 생기는 관계를 잘 파악하여 상호간의 독단이나 편견에서 멀리 떨어져 서로 사소한 과실을 경감함으로써 인간관계의 묘미를 살려 나갈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진실로 사람을 아는 사람은 상대를 독단으로 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선(善)에도 악(惡)에도 또한 미(美)에도 추(醜)에도 인간을 발견하는 사람은 본인도 느끼지 않는 그 사람의 가능성을 풍부하게 상상하여, 가장 좋은 가능성을 연장시키고 타락을 막음으로써 위대한 교육자도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을 안다는 것은 사람을 가리라는 것도 아니요, 더욱이 인간의 미추(美醜)를 비판하는 저울도 아닙니다. 사람의 선악(善惡), 미추(美醜), 능불능(能不能)이란, 순간순간의 현상이어서 절대로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은 이러하다든지 그는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는 것이며 이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독단입니다.
 
어제의 선인이었던 자기가 내일에는 어떠한 사람이 되겠는 지는 측정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인간이 지금 현재의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그 무대, 그 배경을 그 분위기로서 사람을 알려고 하거나, 어제의 그 사람의 영상에 잡히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항상 자기만이 추억이 아니며 그들이 단역이라고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과 자기와, 그들과 다른 사람간의 관계는 끊임없이 삼각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그릇됨은 상대가 자기와의 관계만을 토대로 하는 것처럼 희망적 관측위에 서고 싶어 하는 것이며 이것은 하나의 자만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것을 냉정히 생각하지 못하게 되면 사람의 관계를 혼란시킬 커다란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바람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바람을 보려고 하여도 바람만 볼 수가 없습니다. 바람에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바람의 강한 것이나 빠름을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힘이라는 것을 보는 것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잡는 것이나 주먹으로 때리는 아픔으로 그 사람의 몸에 들어있는 힘의 강약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도 그와 같으며, 사람의 말이나 동작, 그 사람의 행위, 업적을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은 손에 쥐어 볼 수는 없으나 사물의 움직임을 보고 마음의 움직임을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같은 인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선인으로 보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악인으로 보이고, 또한 어떤 사람에게는 매력이 있는 인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매력이 없다고 하며, 귀엽고 예쁜 사람이 곧 보기 싫어지거나 싫다 싫다하는 사람과 어느 사이에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보는 눈은 믿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그때의 자기의 눈과 자기를 둘러쌓은 주위사정에 비치는 그때의 사람밖에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형태를 가리지 않고 변하는 것이어서, 보는 사람 눈앞에 따라서 보이는 것 역시 달라지게 됩니다. 자기의 눈으로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여도 한편 큰 거짓말쟁이인지도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또한 악당이라고 생각했어도 한편 훌륭한 인간인지도 모릅니다.

그와 같이 사람을 다루는 저울인 자기의 마음의 저울이 참으로 제멋대로 가감하는 것을 잘 파악해 두는 것이 사람을 아는데 첫째 조건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라는 것이 있어서, 천재가 광인(狂人)이나 백치가 있는 것과 같이 그야말로 정직하다거나 틀림없다거나 하는 것은 결코 없으므로 우리들의 견해로는 틀림이 없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