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서승직교수

세계를 제패한 대한민국의 기능인들이 금의환향했다. 4연패 달성과 통산 18번 종합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업을 달성하고 돌아온 것이다. 지금대로라면 이 기록을 바꿀 수 있는 나라는 오직 한국밖에는 없어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주최국 독일은 기능선진국의 모든 강점을 지닌 국가답지 않게 매우 저조한 기록을 세웠다. 기능올림픽 결과로만 보면 누가 보더라도 독일∙스위스∙일본은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한국의 제조업의 기술경쟁력이 이들 국가보다 월등하다고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변함없이 독일은 제조업강국의 주역인 기능인의 모델국가로 장인(匠人 : 마이스터)이 존중받는 사회의 표상으로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최고의 기능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직업교육뿐만 아니라 제조업 기술경쟁력에 있어서도 독일에 크게 뒤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독일을 비롯한 기능선진국들은 기능올림픽이 직업교육의 본질에서 표출되는 반면 우리의 세계제패는 본질에서 나온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기능강국이지만 기능선진국의 반열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세계최고의 기능강국이 제조업강국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제도의 모순과 교육의 모든 것이 대학으로 통하는 만연된 교육정서 때문이다.

한국을 일으킨 힘이 교육에서 비롯됐지만 대학만능의 교육정서는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산업인력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성화고교는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며 중견기술인재 육성이 목표인 전문대학 역시 사실상의 4년제 대학이 됐다. 실업자가 될지언정 대학의 진학의 길은 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동안 공고·상고·농고 등으로 부르던 실업계고교가 전문계고, 특성화고 그리고 특목고인 마이스터고의 출현까지 간판을 달리하면서까지 본질회복을 위해 몸부림 쳤지만 실업교육의 정체성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기능올림픽의 세계제패는 기적 같은 일이다.

산업화시대 제조업의 경쟁력은 빈곤탈출을 위한 기능인의 필연적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세계최고라는 기능강국에서 젊은 기능인을 숙련기술인으로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국력손실이다.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숙련기술장려법은 젊은 기능인에게 희망을 주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며 법이 정의하는 숙련기술인과 최고의 숙련기술인인 명장육성정책도 결코 아니다. 정부포상과 보여 주기식의 행사지향적인 격려도 좋지만 절실한 것은 숙련기술인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구축과 사회적 지위향상대책이 더 시급하다. 정작 기능인과 전문가의 파격적 우대를 외치면서도 내면의 홀대정책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모럴해저드에서 비롯된 잠재된 편견이다.

기능올림픽에서 우리보다 뒤진 성적을 냈지만 독일∙일본∙스위스는 제조업 강국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할 만큼의 강점 있는 브랜드를 갖고 있다. 이들은 일찍이 제조업의 기반인 뿌리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능인을 최고의 장인으로 육성하는 로드맵 구축뿐만 아니라 기능인을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한 것이다. 존중은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 결과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을 추구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게 된 것이다. 강점은 극한의 능력을 발휘하는 노하우지만 우리는 기능강국의 역량을 강점으로 키우지 못한 것이다. 메달만 따는 기능강국으로 만족해온 것이다.

국무총리까지 나선 공항환대는 매우 좋았지만 뛰어난 기능인의 역량을 강점으로 승화시킬 숙련기능인육성 로드맵 구축과 비전을 제시해야한다. 세계제패의 쾌거가 직업교육의 본질에서 표출될 수 있는 시스템구축과 실현이 곧 기능선진국이다. 이것은 능력중심사회를 다지는 초석이며 학벌만능주의를 타파하고 제조업의 강점을 키우는 길이다.

인하대 교수 /前 기능올림픽 한국기술대표, 서 승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