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ㆍ안보실장ㆍ국방장관 정상가동 '차질'…외교ㆍ경제 위기대응 시급

"정부조직법 통과안돼 국정공백ㆍ차질" 강조…野 우회적 압박 해석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주말인 2일 국가정보원장과 금융위원장 인선안을 전격 발표한 것은 정부조직 개편안 대치 과정에서 예상되는 안보ㆍ경제위기와 관련한 국정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인선배경을 설명하면서 "안보위기 상황에 대처하면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예방하기 위해 시급한 인선을 우선적으로 발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불거진 한반도 안보 위기가 최대 현안인 상황에서 현재 박근혜 정부의 외교ㆍ안보라인의 주요 포스트가 제대로 가동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라는 것이다.

신설된 국가안보실은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안보실장에 대한 정식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공식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인사청문회 실시 여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국정원장을 빨리 인선해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역시 정부조직법 대치로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국제금융전문가를 금융위원장에 임명해 세계 경제위기 상황을 파악하고 신속히 대처하겠다는 의미라는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국무총리실장에 임명한 것 역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게 윤 대변인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 세 명의 인선에는 '정부조직법 대치'와 관련, 야당에 대한 압박의 뜻이 담겨있다는 해석이 많이 나온다.

국정원장과 금융위원장 인선에 대해 윤 대변인이 "새정부가 출범했는데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하고, 국무총리실장 임명에 대해 "국정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표하게 됐다"는 설명은 이런 맥락으로 읽힐 수 있다.

즉, 정부조직 개편안 문제로 안보ㆍ경제 분야에서 '국정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법과 관련없는 국정원장과 금융위원장 인선을 통해서라도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야당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이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평일을 두고 굳이 주말에 정부 인선을 발표한 것은 꼼수"라고 비판한 것은 민주당도 이날 인선 발표를 이런 시각에서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편 박 당선인이 이날 국정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국무총리실장의 인선을 발표함에 따라 주요 정부인선 중 남은 권력기관장 인선도 머지않아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많지만 남은 감사원장ㆍ검찰총장ㆍ경찰청장 등 이른바 4대 사정기관장과 공정거래위원장ㆍ국세청장 등 경제권력 수장 인선을 먼저 함으로써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압박'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변인은 검찰총장이나 경찰총장 등 인선에 대해서는 "확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지만, 공정거래위원장 인선 등에 대해서는 "다음 브리핑 때 말씀드리겠다"고 밝혀 인선 발표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다.<연합뉴스>